카지노 안에서만 유통되던 칩이 일상에서 사용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 정부가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면서 디지털 카지노 칩이 글로벌 경제 질서를 흔들고 있다. 최근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실물자산으로 1대1 담보하도록 법으로 규정하면서 디지털화폐의 법적 지위를 강화했다.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니어스 법(GENIUS Act)에 서명했다. 이 법은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반드시 미 달러나 단기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1대1 담보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치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2022년 테라·루나 사태 이후 실물 기반 디지털화폐의 필요성이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카지노 칩과 구조가 유사하다. 사용자는 달러를 맡기고 동일한 가치를 가진 디지털 코인을 받아 온라인에서 결제나 송금을 한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구조가 미 국채 수요를 늘리고 달러 가치를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현재 2500억 달러 규모인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5년 내 3조7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민간 주도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새로운 지급 수단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스테이블코인의 일상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면서 디지털 카지노 칩은 전자상거래부터 해외 송금, 유학비 지급까지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송금 시간과 수수료 절감 등 실용적 장점 때문에 기존 은행 시스템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통화 주권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 수단으로 확산되면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 발행과 유통을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적으로 사용될 경우, 기축통화를 갖지 못한 국가들의 경제적 자율성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과 중국은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인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적극 추진 중이다. 한국은행도 한강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원화 기반 디지털화폐 개발을 시작했으나,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포용하려는 글로벌 흐름 속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통화 주권 논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범죄자들이 불법 자금을 추적 없이 해외로 송금하거나, 글로벌 대기업이 자체 화폐를 통해 소비자를 자사 생태계에 가두는 문제 등이 제기된다. 은행권에서는 예금 이탈 우려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이나 관리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통화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CBDC 개발과 별개로,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유통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자금세탁, 탈세, 해외 도피 등 불법 행위에 대한 감시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디지털 카지노 칩으로 불리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암호화폐가 아닌 새로운 금융 시스템의 기반으로 자리잡아가는 지금, 한국은 그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슬롯 버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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